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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6 · 영화 비평

영화 《암살자(들)》, 실화와 영화적 상상 사이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까

이 글의 목차
  1. 실제 사건을 다룬다고 해서 모든 장면이 사실은 아니다
  2. 형사와 기자가 같은 사건을 보는 방식
  3. 관객의 반응이 갈리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4. 어떤 마음으로 보면 좋을까

※ 결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암살자(들)》을 두고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가’보다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가’였다. 실제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은 영화일수록 이 질문은 중요하다. 역사적 사실을 아는 관객도 스릴러의 흐름에 빠져들면 영화가 제시하는 가설까지 확인된 기록처럼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을 다룬다고 해서 모든 장면이 사실은 아니다

영화의 배경에는 1974년 8월 15일 벌어진 대통령 저격 사건과 육영수 여사의 죽음이 있다. 이 사건이 있었다는 것과 영화가 그 사건을 어떤 인물의 시선으로 추적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암살자(들)》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되, 그 안에 극적인 추적과 해석을 더한 작품이다.

나는 이 차이가 영화의 재미를 깎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영화의 질문인지 구분할 때, 작품이 만들어 낸 긴장감도 더 또렷해진다. 화면 안에서 설득력 있게 이어진 추론이 화면 밖에서까지 역사적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와 기자가 같은 사건을 보는 방식

이 작품에는 형사 철구와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신입 기자 영일이 등장한다. 내가 이 인물 구성에서 주목하는 것은 직업의 차이다. 형사에게는 확인해야 할 정황이 있고, 기자에게는 무엇을 기사로 전할 수 있는지에 관한 책임이 있다. 신입 기자는 그 사이에서 판단의 기준을 배워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단순한 범인 찾기 이야기로만 보면 중요한 질문 하나를 놓칠 수 있다. 의심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의심을 사실로 말하려면 다른 수준의 근거가 필요하다. 수사와 보도가 나란히 놓인 설정은 바로 그 간격을 생각하게 한다. 이는 인물 설정을 바탕으로 한 내 해석이지, 영화가 제시한 결론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관객의 반응이 갈리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최근 관객평에는 사건을 새롭게 따라가는 추적극의 긴장감을 좋게 본 반응이 있는 반면, 영화적 가정이 실제 역사와 섞여 받아들여질까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나는 두 반응 모두 이해한다. 이미 결과를 아는 사건을 스릴러로 만드는 데에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지만, 실존 인물과 실제 피해가 있는 사건이라면 그 시선에는 더욱 신중한 태도도 따라야 한다.

내가 높게 평가하는 것은 같은 사건 앞에 수사와 보도라는 서로 다른 책임을 세운 출발점이다. 반대로 가장 조심스럽게 봐야 할 부분은 극적 확신과 검증된 사실 사이의 거리다. 영화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과 그 질문에 역사적으로 확정된 답을 내리는 것은 다르다.

어떤 마음으로 보면 좋을까

《암살자(들)》은 이미 알려진 사건을 새로운 관점의 추적극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흥미로울 수 있다. 반면 사건의 정확한 경과나 확정된 역사적 결론을 알고 싶다면 영화 한 편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편이 좋다.

내게 이 작품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 속 인물이 내리는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판단이 어떤 근거 위에 서 있는지 계속 묻는 것이다. 실화라는 말에 기대어 답을 서둘러 확정하지 않을 때, 《암살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